오늘, 오페라 뮤지컬 <더 라스트퀸>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공연 장소였던 비와코홀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축물로, 무엇보다 로비에 펼쳐진 파노라마 창 너머의 비와코 풍경이 인상 깊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일렁이는 호수물결, 강아지와 함께 산책나온 사람들… 이 풍경은 공연내용과 달리 너무나 평화로와보여 잠시 시공간을 순간이동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공연은 1500명이 관람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고, 단 1회 공연이라는 점이 너무 아쉬웠어요.
이 감동을 더 많은 분들이 느낄 수 있도록 일본 전역은 물론, 한국에서도 재공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무대 위에서는 단순한 역사극을 넘어, 한 인간의 삶과 감정을 치밀하고 섬세한 전개로 풀어냈습니다.
이은 황태자 역은 현대무용과 작은 오케스트라, 서브보컬들과 함께 망국의 슬픔과 내면의 고뇌를 표현했고,
마사코 황녀 역의 전월선 소프라노는 깊은 연기력과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관객을 몰입시켰습니다.
재일교포인 전월선배우가 기획, 각본, 무대, 의상까지 직접 참여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무대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1916년부터 1989년까지, 조선과 일본의 소용돌이 속에서 황태자의 괴로움을 지켜보며, 아들의 죽음, 2차대전의 패망, 일본 대지진과 조선인 학살, 남편의 죽음까지 겪고도 남은 26년을 남편의 나라(한국)에서 교육과 봉사로 헌신한 마사코 황녀.
그녀의 인생은 단순한 역사 속 인물이 아닌, 시대를 살아낸 여성의 깊은 서사로 가슴 깊이 다가왔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의 박수는 좀처럼 멈추지 않았고, 무대인사와 함께 환호가 몇 차례나 이어졌습니다.
그 공간 안에는 도래인, 재일교포, 일본인들이 하나 되어 함께 감동을 나누는 특별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계속되는 박수와 환호에 다같이 어떤 일본노래를 부르고, 또 뒤이어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
'고향의 봄'을 불렀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 울컥 하는게 있었나봐요
그 순간, 문화와 국경을 넘어 모두가 하나가 되는 공연의 힘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잊지 못할 무대를 더 많은 분들이 경험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재일교포 성악가 전월선 일본 황족출신 이방자 여사의 삶을 다룬 오페라 '더 라스트 퀸' - https://youtube.com/watch?v=XIacpyK3Meo&si=kJrT5RdlkPO2Tr5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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